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발 (2022)
3년 만의 펜타포트. 설레는 마음을 안고 팔목에 팔찌를 두르고 게이트를 통과하는 첫날의 기분은 언제나 즐겁다. 오랜만에 어렵게 열린 행사인만큼 라인업도 그만큼 별로였지만 올해 펜타포트의 분위기는 라인업이 아주 좋았던 시기의 페스티벌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다들 그만큼 이런 페스티벌이 고팠고 아티스트들도 좋은 공연으로 보답했다.
이번 펜타포트는 평소에 비해 많은 관람객이 온 만큼 크지 않은 부지가 더 좁게 느껴졌고, 먹거리는 더 먹을게 없는 느낌이었다. 강제된 결제방식은 이후에 더 좋은 스폰서를 구해서 해결하면 되겠지만 지금의 은행 스폰서보다 더 나은 금액을 제시하는 곳이 없다면 내년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 이 문제는 계속 될 것 같다. 거기다 여전히 일부 스텝을 열정 페이 방식으로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운영의 문제는 그대로 드러나서 아직도 이 문제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오랜만의 대규모 페스티벌의 무대이기도 해서 들뜬 분위기였고 관객도 그에 걸맞게 호응했다. 여전히 곡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이뤄지는 슬램들이 난무하는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지난 3년을 떠올리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3일 동안 밥 먹으러 자리를 비운 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공연을 챙겨봤는데 제일 작은 스테이지인 에어포트 스테이지에 오른 몇 팀이 보여준 라이브는 오히려 세컨드 스테이지인 카스 스테이지가 더 어울려 보였고 반대로 세컨드 스테이지에 오른 몇몇은 그 무대가 과분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메인 스테이지에서도 메인에 걸맞는 라이브를 보여주는 팀들의 무대가 이어졌지만 이 기타 연주가 실화인가 싶을 정도로 엉망인 팀도 있긴 했다.
올해 펜타포트는 코로나 특수로 인해 이 라인업으로도 어느 해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했는데 내년엔 기존보다 더 좋은 라인업으로 공연을 꾸려나갈지 아니면 올해의 흥행으로 인해 올해처럼 로컬 위주의 라인업으로 꾸밀지 궁금해진다. 아마 후자쪽이 더 현실적이겠지만 작은 로컬 씬이라 어느 페스티벌에서도 볼 수 있는 라인업을 계속 보는 건 꽤 피곤한 일이다. 공연이 끝난 다음 날부터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비가 내리고 있는데 올해는 나름 하늘이 도운 것 같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좋은 라인업으로 별 탈 없이 잘 개최되길 빈다.
- 베스트 퍼포먼스 5
1. Crack Cloud
2. Vampire Weekend
3. Mogwai
4. Deafheaven
5. 선우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