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물이 빠져있던 수로에 조금씩 물이 다시 채워진다. 아마도 여름이 다 되어가면 물이 또 수로에 가득 채워졌다가 다시 계절이 바뀌면 비워지고 메마를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라는 것도 늘 채워진 상태라면 좋겠지만 그건 꽤 어려운 일이라 비워졌다 채워지기를 반복하거나 다시 채워지지 못하고 메말라버린다.
이젠 한낮에 외투를 걸치고 30분만 걸어도 더워져서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고맙기만 하다. 내일이면 매일 쓰는 기록도 끝이다. 그냥 일기장이었을 뿐 뭔가 기록을 위한 기록 같은 것 밖에 되지 않은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