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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Body & Soul

by 관리자D 2023. 10. 27.

 

 

최근 일본에서 방영 중인 <프로듀스 101 재팬- 걸스>을 매주 1편씩 보고 있었는데 그룹 미션 곡 중 하나로 90년대 걸그룹인 스피드의 데뷔곡 Body & Soul도 그중 하나였다. 당연하게도 많은 오디션 참가자들은 케이 팝곡들을 선호했고 몇몇에겐 태어나기도 전에 인기 끌었던 이 곡은 결국 인기 곡에서 밀려난 참가자들이 받는 곡이 되었다. 그전 회차에서도 평소 듣지 못하던 몇몇의 제이팝이 오디션 곡으로 소개돼서 흥미롭게 보는 정도에 그쳤는데 나도 모르게 짧은 내레이션을 지나 Chic의 Le Freak을 거의 그대로 카피한 펑키한 기타가 들려오니 그대로 추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스피드가 데뷔했을 무렵 주변 친구들과 나는 이미 일본음악에 빠져 한참 듣고 있었고 그때 4인조 걸그룹의 이미지와 곡이 주는 에너지는 우리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었다. 당시 쉽지 않았던 일본여행을 막 다녀온 친구가 스피드 공연에서 구매한 포스터를 부러워했고, 당시 대중문화 개방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전 황학동 좌판에서 공시디에 조악하게 프린트한 앨범을 사거나 똑같은 불법음반이지만 좀 더 정품에 가깝게 패키지를 만든 대만시디를 사곤 했다. 그리고 점점 인기가 많아지는 스피드의 영상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밤새 저장한 음악방송 클립을 컴퓨터 하드를 떼서 서로 공유하곤 했다.

 

Body & Soul은 순식간에 과거의 이미지들을 펼쳐보이며 반강제적으로 보게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때 함께 듣던 이들 중 누구와도 현재 안부를 묻지 않기에 추억에 더 빠져들지 못하고 씁쓸함을 느끼며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오랜만에 Go Go heaven, Wake Me Up, White Love 등등 한참 듣던 곡들도 함께 들으니 반가운 기분에 휩싸이면서도 당시 함께 듣던 이들보다 더 이 곡들이 더 반가운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슬프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추억을 불러오는 음악의 힘이란 가끔 이렇게 나를 아래로 더 아래로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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