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간다. 어느덧 서울레코드페어할 때가 되었고 올해도 구경 겸해서 가봤다. 소수의 괜찮은 수입사, 셀러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한몫 잡아보려는 가게들과 업체들도 많았다. 새 거 파는 1인업체급 샵들이야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현재 시세와는 완전 동떨어진 가격이 붙은 시티팝, 소울펑크, 재즈들이 많아서 좀 당황스러웠다. 평소 가게에 방문하면 염가에 팔던 싱글, 앨범들을 균일 만원 섹션에 슬쩍 끼워놓은 업체들도 있던데 그런 곳은 평소에도 잘 이용하지 않지만 페어에서도 그러고 있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국내 바이닐들이 우후죽순 쏟아지다 보니 결국 재고가 많이 쌓여 떨이가격에 파는 풍경과 이를 보며 같은 앨범을 수십만 원어치 사가는 업체, 되팔이가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걸 보고 있으니 이게 현재 국내 바이닐 시장의 한 측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왔으니 몇장은 사야 되지 않겠나 싶어 수입사들에서 악성 재고가 된 좋은 앨범들을 헐값으로 몇 장 구매하긴 했는데 안타깝게도 즐거운 페어 느낌은 점점 덜해지는 것 같다. 공간의 문제로 너무 정신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주최측에선 규모가 큰 페어로써 부가 행사 기획을 위해 그래도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오디오 기기, 액세서리 등등의 부스들의 참여도 참 좋았는데 일부 셀러들의 음반 셀렉션이나 가격들이 오히려 페어를 더 즐길 수 없게 만들었다. 참여 업체를 모집하는 주최 측에선 이 부분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만큼 부스 신청을 하는 가게들이나 개인셀러들이 좀 달라져야 할 텐데 매년 이런 게 반복된다. 이건 애초에 그 밥에 그 나물인 곳일 만큼 씬이 작다는 뜻이기도 하고 괜찮은 판들 자주 가져오는 곳들은 애초에 이 페어에서 긍정적인걸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다시 참가하는 걸 꺼리거나 아예 참가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내년은 좀 더 좋은 행사가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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